2026년 7월 12일 일요일

[정읍 상동] 깡우동, 해장우동에 술 진탕으로 마셔버린 날

 정읍 상동에 새로 생긴 깡우동. 요즘 정읍에도 새로운 밥집과 술집들이 골목 곳곳에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어서 동네를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에는 '해장우동 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새로 오픈한 곳이 있다고 해서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마침 기회가 닿아 다녀오게 되었다.

이날은 1차로 근처에 있는 '뚱보집'에서 고기와 술을 꽤 거하게 마시고 난 직후였다. 배도 부르고 알딸딸한 상태로 식당 문을 나섰는데, 바로 정면에 못 보던 신규 간판 하나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식당 이름부터가 '깡우동'이라니, 뭔가 술을 잔뜩 마신 다음 마지막 코스로 헛헛한 속을 달래러 무조건 들어가야 할 것만 같은 강렬한 끌림이 있었다. 이름처럼 해장하러 오기에도 좋겠지만, 우리처럼 2차로 자리를 옮겨 가볍게 술 한잔 더 기울이면서 맛있는 안주를 곁들이러 가기에도 아주 괜찮은 위치와 분위기였다.


깔끔하고 쾌적한 매장과 직관적인 메뉴

새로 오픈한 식당답게 가게 안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쾌적하고 깔끔했다. 보통 우동을 파는 포장마차나 술집을 떠올리면 조금 끈적하거나 투박한 노포 느낌을 상상하기 쉬운데, 이곳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벽 쪽에는 식욕을 자극하는 메뉴 사진들이 큼직큼직하게 붙어 있어서 어떤 음식인지 미리 파악하기 좋았다. 메뉴판도 테이블에서 한눈에 보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우리처럼 처음 방문한 사람들도 크게 헤매지 않고 쉽게 메뉴를 고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신규 매장 특유의 활기가 넘치면서도 편안하게 수다 떨기 좋은 밝은 분위기였다.



식사와 안주를 모두 책임지는 다채로운 구성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니 기본이 되는 우동, 비빔우동, 어묵우동, 어묵탕 같은 든든한 식사 겸 국물류도 탄탄하게 준비되어 있었고, 그 외에도 깡면닭발, 수제탕수육, 깡강정, 깡풍강정, 그리고 각종 만두류 같은 본격적인 안주 메뉴도 다양하게 포진해 있었다. 메뉴 구성을 보니 여기는 단순히 식사로 우동 한 그릇만 뚝딱 팔고 마는 집이라기보다는, 저녁에는 배를 채우는 밥집으로, 밤이 깊어지면 뜨끈한 우동 국물에 맛깔난 안주를 시켜놓고 소주 한잔 진하게 할 수 있는 '우동 베이스의 실내 포차' 같은 느낌이 강했다.

우리는 여러 메뉴 중에서 기본 우동과 어묵우동 쪽으로 메인을 주문하고, 함께 곁들여 먹을 사이드 안주 메뉴도 몇 가지 시켜보았다. 그중에서도 1차에서 먹은 고기의 기름기를 확 내리기 위해 아주 칼칼하고 매콤한 맛의 우동을 선택했다.



속이 뻥 뚫리는 생면 해장우동과 찰떡궁합 수박샤베트

주문한 매운 우동이 나오고 국물을 먼저 한 숟가락 떠먹어 보았다. 일단 국물이 굉장히 칼칼하고 시원하다. 혀를 아프게 찌르는 인위적인 캡사이신 매운맛이 아니라, 묵은 숙취까지 한 번에 싹 풀리는 듯한 깊은 해장우동 스타일의 맛이었다. 위에는 향긋한 쑥갓이 듬뿍 올라가 있어서 은은한 향이 국물에 스며드는데, 이 국물을 한 입 먹어보는 순간 식당 이름 앞에 왜 '해장우동 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이 당당하게 붙어 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국물 못지않게 면발도 생각보다 훨씬 퀄리티가 좋았다. 가게 한쪽에 적힌 설명을 보니 냉동면이 아니라 쫄깃한 '생면'을 직접 뽑아 사용한다고 되어 있었다. 확실히 우리가 흔히 아는 시판용 두꺼운 우동면처럼 밀가루 냄새가 나거나 퍽퍽하지 않았다. 살짝 얇으면서도 찰기가 살아있어 뜨거운 국물하고 같이 후루룩 넘겼을 때 면과 국물이 겉돌지 않고 적당히 쫄깃한 식감을 내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일행이 시킨 어묵우동은 두툼하고 고소한 어묵이 푸짐하게 들어가서 그런지, 매운 우동에 비해 국물이 한결 부드럽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매운맛이 위장에 부담스러운 분들이나 자극적인 걸 잘 못 드시는 분들은 어묵우동 쪽으로 메뉴를 정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매운 거 아주 못 드시는 분들은 주문할 때 맵기 조절이 가능한지 미리 한번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이날 의외의 수확이자 탁월한 선택이었던 메뉴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수박샤베트'다. 뜨겁고 칼칼한 우동을 먹고 소주를 한잔 기울이다 보면 입안이 슬슬 맵고 뜨거워지기 시작하는데, 바로 그때 이 꽝꽝 얼어있는 수박샤베트를 한 입 떠먹으니 궁합이 기가 막혔다. 달콤하고 시원한 수박샤베트가 얼얼해진 입안을 싹 씻어주며 완벽하게 리프레시를 해준다. 사진으로만 봐도 뼛속까지 시원해 보이는데, 실제로도 요즘같이 덥고 끈적이는 날씨에 술안주 겸 입가심으로 시켜 먹기 너무 좋은 필수 메뉴였다.

총평

전국구로 엄청나게 특별하고 유일무이한 대단한 맛집이라고 과하게 포장하기보다는, 정읍 상동 쪽에서 늦은 저녁에 칼칼한 우동 한 그릇이 땡기거나, 2~3차로 부담 없이 가벼운 안주에 술 한잔할 곳이 생각날 때 편하게 툭 들러보기 좋은 훌륭한 동네 아지트가 하나 생겼다고 평가하고 싶다.

가볍게 밥만 먹고 나와도 든든하고, 밤에 친구들이랑 모여서 우동 하나에 탕수육이나 닭발 같은 안주를 시켜놓고 수다 떨기에도 이만한 곳이 없을 것 같다. 새로 오픈해서 내부도 쾌적하고 전체적으로 활기 있는 분위기라 앞으로도 종종 찾게 될 듯하다.

역시 오늘도 맛없는 집 찾기는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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