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양념으로 밥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석갈비의 맛
- 기본 안주로 나오는 얼큰한 선지해장국
- 위치가 살짝 외곽이라서 마음먹고 찾아가야 한다는 점
- 친절한 사장님과 집밥 같은 밑반찬
도착해서 본 가게 외관부터 뭔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오래된 맛집 느낌이 뿜어져 나왔다. 요즘 번화가에 새로 생기는 세련되고 깔끔한 식당 느낌은 전혀 아니고, 시골 동네 길가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며 장사한 집 같은 푸근한 분위기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투박한 노포 감성의 식당을 은근히 좋아한다. 타지에 여행을 가서도 뻔한 프랜차이즈보다는 일부러 '저런 감성의 노포 없나?' 하고 골목을 뒤져 찾아보기도 하는 편이라, 크게 고민 안 하고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람 입맛은 다 똑같고, 맛있는 집은 어떻게든 다들 알고 찾아오는구나 싶었다.
메뉴판을 보니 메뉴가 꽤 단출했다. ㅇㄹ님이 블로그 후기를 읊어주기를, 여기는 석갈비도 유명하지만 갈비탕이 참 맛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 ㅇㄹ님은 정읍 토박이가 아니라서 정읍 어딘가 새로운 식당을 간다고 하면, 가는 내내 차 안에서 블로그 후기부터 영수증 리뷰까지 아주 꼼꼼하게 읽어보고 이 집의 역사와 주력 메뉴를 브리핑해 주는 편이다. 덕분에 식당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마음속으로 메뉴를 다 정할 수 있었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선택해서 먹은 건 역시 메인 요리인 '석갈비'다. 석갈비는 뜨거운 돌판 위에 양념된 갈비가 다 구워져서 나오는 방식인데, 뭔가 이름만 들어도 하얀 쌀밥이랑 무조건 같이 먹어야 할 것 같은 밥도둑 메뉴다. 달착지근한 불향이 살짝 배어 있고 양념이 너무 과하지 않으면 그냥 밥 한 공기는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법의 음식이다.
훌륭한 밑반찬과 뜻밖의 선지해장국
주문을 마치고 기다리니 밑반찬과 함께 기본 상차림이 차려졌다. 그런데 기본 국물로 무려 '선지해장국'이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어보니 얼큰하고 깊은 맛이 나는 게, 이건 밥만 먹기에는 너무 아까운 완벽한 '술각'이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바로 소주 한 병을 주문해 버렸다.
밑반찬들도 참 정갈하고 집밥같이 맛있었다. 요즘 식당들은 구색을 맞추려고 반찬 가짓수만 잔뜩 늘려놓고 막상 젓가락이 가는 곳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사장님이 직접 손수 만드시는 듯한 손맛이 느껴졌다. 하나하나 간이 딱 맞고 메인 요리의 맛을 헤치지 않으면서 잘 어우러졌다. 게다가 서빙해 주시는 사장님도 참 친절하셔서 식사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ㅎㅎ
드디어 메인 메뉴인 석갈비가 나왔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등장한 석갈비는 내가 원래 상상했던 방식의 비주얼과는 살짝 달랐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하고 괜찮았다. 고기 양념이 끈적하게 너무 달기만 한 스타일이면 몇 점 먹다 보면 금방 입이 달아서 물리게 되는데, 여기 해마루의 석갈비 양념은 은은하게 달콤짭짤해서 밥이랑 같이 곁들여 먹기 딱 좋은 정도의 간이었다.
고기 자체의 식감도 훌륭했다. 질기거나 퍽퍽한 느낌보다는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웠으며, 고기 속까지 양념이 아주 잘 배어 있어서 씹을수록 감칠맛이 났다. 블로그 후기에서 고기 아래에 깔린 양파와 같이 곁들여 먹으면 맛있다고 했는데, 과연 그 조합이 훌륭했다. 양파의 단맛과 고기의 육즙이 어우러지니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싱싱한 상추에 고기 한 점 올리고 크게 한 쌈 싸 먹어도 기가 막히게 맛있다.
총평
이 정도 맛과 퀄리티면 오늘의 식당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정읍 시내 중심가에서 일부러 찾아가기에는 차를 타고 조금 이동해야 하는 살짝 외곽 거리에 있지만, 그래도 고부나 부안 쪽으로 넘어갈 일이 있거나 맛있는 석갈비가 생각날 때 다시 한 번쯤은 기꺼이 찾아가 볼 만한 집 같다. '숨겨진 노포 맛집'이라는 타이틀이 어느 정도 아주 잘 어울리는 내공 있는 식당이었다.
좋았던 점: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양념으로 밥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석갈비의 맛, 그리고 기본 안주로 나오는 얼큰한 선지해장국. 아쉬운 점: 위치가 살짝 외곽이라서 뚜벅이나 동네 마실 나가듯 가볍게 가기는 힘들고 마음먹고 찾아가야 한다는 점.
역시 맛없는 집 찾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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