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2일 일요일

정읍 처갓집양념치킨 시기점
오늘 글의 핵심
밤에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항상 환하게 불이 켜져 있어 마음의 위안을 주던, 전형적인 동네 치킨집 느낌의 가게다.
한눈에 정리
  • 정읍 시기동에 위치한 오래된 동네 치킨집
  • 2026년 6월 27일 영업 종료 예정
  • 양념치킨과 후라이드 반반이 시그니처
  • 옛날 감성의 매장과 양배추 샐러드가 매력적
POINT

2026년 6월 27일, 아쉬운 영업 종료 안내


그런데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유리창에 붙은 안내문 하나를 발견했다. '2026년 6월 27일 영업 종료 안내.' 식당 유리에 붙은 이런 문구를 마주하면 괜히 마음 한구석이 쿵 하고 내려앉으며 기분이 이상해진다. 옛날부터 친구들과 수시로 드나들며 단골처럼 자주 갔던 집이었기에, 단순히 상가 하나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내 동네의 익숙한 풍경과 그동안 쌓였던 개인적인 추억, 그리고 작은 역사 하나가 영영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무척이나 아쉬웠다. ㅠㅠ 그래서인지 이날 매장에서 먹은 치킨은 유독 더 애틋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POINT

근본의 반반 치킨, 갓 튀겨낸 바삭함

우리는 평소 취향대로 닭다리로만 구성된 메뉴를 선택했고, 처갓집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양념과 후라이드 반반으로 주문했다. 치킨은 집으로 배달시켜 먹는 것도 좋지만, 역시 매장에서 갓 튀겨져 나온 것을 바로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특히나 이 집은 주문이 들어가는 즉시 주방에서 바로 깨끗하게 튀겨서 내어주시는데,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상태로 매장에서 베어 물면 튀김옷이 바삭바삭하게 부서지는 식감이 예술이다.

양념치킨은 우리가 아는 딱 그 '처갓집 양념치킨'의 정석적인 맛이다. 과하게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기분 좋게 달달하면서도 입에 착착 감기는 끈적한 양념. 어릴 적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 오시던 옛날 양념통닭의 느낌이 제대로 살아있다. 요즘은 별의별 독특하고 자극적인 가루나 소스를 뿌린 이색 치킨들도 참 많지만, 돌고 돌아 결국 가끔 미치도록 생각나는 건 바로 이런 익숙하고 친숙한 양념 맛이다.

후라이드 역시 요즘 스타일처럼 물결무늬 튀김옷이 두껍고 화려하게 입혀진 크리스피 치킨은 아니다. 하지만 얇고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닭고기를 맛소금에 콕 찍어 먹으면, 기름의 고소함과 닭고기 본연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기본에 아주 충실한, 흠잡을 데 없는 깔끔한 맛을 낸다.

POINT

옛날 감성 가득한 매장과 추억의 양배추 샐러드

매장 안을 둘러보면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짙은 옛날 치킨집 감성이 묻어난다.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테이블과 의자, 조금은 촌스럽지만 정감 가는 벽지,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두런두런 맥주 한잔하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그 왁자지껄한 분위기까지 완벽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말 여기서 친구들이랑 수도 없이 치킨을 뜯고 술잔을 기울였는데... 돌아보니 모든 공간에 추억이 깃들어 있어 헛헛한 웃음만 났다. ㅋㅋ

그리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얇게 채 썬 양배추 위에 케첩과 마요네즈가 투박하게 흩뿌려진 샐러드다. 이거 정말 별거 아닌 기본 찬인데, 이상하게 옛날 치킨집에만 오면 몇 번이고 젓가락이 갈 정도로 묘한 중독성이 있다. 뜨겁고 기름진 치킨을 먹다가 상큼한 양배추 샐러드를 한입 먹으면 입안의 느끼함이 싹 가신다. 사실 술을 마시다가 조금 취기가 올랐을 때는 이 양배추 샐러드만 한 안주가 또 없다. 화려한 요리보다 이런 소박한 접시에서 괜히 옛날 추억의 맛과 감동을 진하게 느끼게 된다.

POINT

오랜 시간 동네를 지켜주신 이모님께

치킨을 다 먹어갈 때쯤 이모님께 영업 종료에 대해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장사를 참 오랫동안 쉼 없이 해오셨는데, 이제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에 부쳐서 가게를 그만두시기로 결정하셨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이 가게를 드나들며 이모님을 뵌 지만 해도 벌써 14~15년이 훌쩍 넘어간다. 그 긴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으로 정읍 시기동 한구석을 지켜주셨으니, 사라진다는 아쉬운 마음보다는 그동안 참 고생 많으셨다는 감사한 마음이 더 크게 들었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라 엄청나게 대단하고 특별한 유일무이한 로컬 맛집이라고 거창하게 포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게 이곳은 동네 골목 어귀에 오래 머무르며 늘 익숙하고 편안한 맛을 내어주던 소중한 아지트였다. 그래서 어느 고급스러운 식당보다 더 편하게 웃고 떠들며 가장 맛있게 먹었던 곳인데, 이제는 이 공간과 맛을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되다니 마음 한편이 쓰라리다. 정읍 시내를 든든하게 지켜주던 나의 대표 후라이드 치킨, 양념통닭집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쉽다! 그래도 영업 종료 전 마지막으로 들러 제대로 된 옛날 통닭의 맛과 정을 듬뿍 느끼고 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맛없는 집 찾기는 오늘도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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