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읍 시기동에 위치한 오래된 동네 치킨집
- 2026년 6월 27일 영업 종료 예정
- 양념치킨과 후라이드 반반이 시그니처
- 옛날 감성의 매장과 양배추 샐러드가 매력적
그런데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유리창에 붙은 안내문 하나를 발견했다. '2026년 6월 27일 영업 종료 안내.' 식당 유리에 붙은 이런 문구를 마주하면 괜히 마음 한구석이 쿵 하고 내려앉으며 기분이 이상해진다. 옛날부터 친구들과 수시로 드나들며 단골처럼 자주 갔던 집이었기에, 단순히 상가 하나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내 동네의 익숙한 풍경과 그동안 쌓였던 개인적인 추억, 그리고 작은 역사 하나가 영영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무척이나 아쉬웠다. ㅠㅠ 그래서인지 이날 매장에서 먹은 치킨은 유독 더 애틋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우리는 평소 취향대로 닭다리로만 구성된 메뉴를 선택했고, 처갓집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양념과 후라이드 반반으로 주문했다. 치킨은 집으로 배달시켜 먹는 것도 좋지만, 역시 매장에서 갓 튀겨져 나온 것을 바로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특히나 이 집은 주문이 들어가는 즉시 주방에서 바로 깨끗하게 튀겨서 내어주시는데,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상태로 매장에서 베어 물면 튀김옷이 바삭바삭하게 부서지는 식감이 예술이다.
양념치킨은 우리가 아는 딱 그 '처갓집 양념치킨'의 정석적인 맛이다. 과하게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기분 좋게 달달하면서도 입에 착착 감기는 끈적한 양념. 어릴 적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 오시던 옛날 양념통닭의 느낌이 제대로 살아있다. 요즘은 별의별 독특하고 자극적인 가루나 소스를 뿌린 이색 치킨들도 참 많지만, 돌고 돌아 결국 가끔 미치도록 생각나는 건 바로 이런 익숙하고 친숙한 양념 맛이다.
후라이드 역시 요즘 스타일처럼 물결무늬 튀김옷이 두껍고 화려하게 입혀진 크리스피 치킨은 아니다. 하지만 얇고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닭고기를 맛소금에 콕 찍어 먹으면, 기름의 고소함과 닭고기 본연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기본에 아주 충실한, 흠잡을 데 없는 깔끔한 맛을 낸다.
매장 안을 둘러보면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짙은 옛날 치킨집 감성이 묻어난다.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테이블과 의자, 조금은 촌스럽지만 정감 가는 벽지,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두런두런 맥주 한잔하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그 왁자지껄한 분위기까지 완벽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말 여기서 친구들이랑 수도 없이 치킨을 뜯고 술잔을 기울였는데... 돌아보니 모든 공간에 추억이 깃들어 있어 헛헛한 웃음만 났다. ㅋㅋ
그리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얇게 채 썬 양배추 위에 케첩과 마요네즈가 투박하게 흩뿌려진 샐러드다. 이거 정말 별거 아닌 기본 찬인데, 이상하게 옛날 치킨집에만 오면 몇 번이고 젓가락이 갈 정도로 묘한 중독성이 있다. 뜨겁고 기름진 치킨을 먹다가 상큼한 양배추 샐러드를 한입 먹으면 입안의 느끼함이 싹 가신다. 사실 술을 마시다가 조금 취기가 올랐을 때는 이 양배추 샐러드만 한 안주가 또 없다. 화려한 요리보다 이런 소박한 접시에서 괜히 옛날 추억의 맛과 감동을 진하게 느끼게 된다.
오랜 시간 동네를 지켜주신 이모님께
치킨을 다 먹어갈 때쯤 이모님께 영업 종료에 대해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장사를 참 오랫동안 쉼 없이 해오셨는데, 이제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에 부쳐서 가게를 그만두시기로 결정하셨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이 가게를 드나들며 이모님을 뵌 지만 해도 벌써 14~15년이 훌쩍 넘어간다. 그 긴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으로 정읍 시기동 한구석을 지켜주셨으니, 사라진다는 아쉬운 마음보다는 그동안 참 고생 많으셨다는 감사한 마음이 더 크게 들었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라 엄청나게 대단하고 특별한 유일무이한 로컬 맛집이라고 거창하게 포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게 이곳은 동네 골목 어귀에 오래 머무르며 늘 익숙하고 편안한 맛을 내어주던 소중한 아지트였다. 그래서 어느 고급스러운 식당보다 더 편하게 웃고 떠들며 가장 맛있게 먹었던 곳인데, 이제는 이 공간과 맛을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되다니 마음 한편이 쓰라리다. 정읍 시내를 든든하게 지켜주던 나의 대표 후라이드 치킨, 양념통닭집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쉽다! 그래도 영업 종료 전 마지막으로 들러 제대로 된 옛날 통닭의 맛과 정을 듬뿍 느끼고 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맛없는 집 찾기는 오늘도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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